읽기일기

사진과 현실 (20131031)

사진과 현실, 한정식 지음/눈빛

pp. 81

사진은 사진다움을 바탕으로 선다. 만일 이 사진조차 찍지 않고 만든다면 거기 회화와의 차별성은 생기지 않는다. 사진의 사진다움이 사라지고 만다. 찍지 않으면 안되는 가장 큰 이유가 이것으로, 회화와의 차별성을 찾을 수 없을 때 사진은 굳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pp. 84

사진이 무엇인가의 사진이라고 하는 명제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이는 대상을 존중함을 의미한다. 사진이 대상으로 삼고 잇는 인간과 환경 그 자체에 대한 종중, 곧 '현실 존중'의 태도이다. 사진은 우선적으로 현실 재현 장치임을 인정하고, 이들 현실, 곧 대상을 존중할 때에 그 가치를 가지게 된다는 뜻이다.
다른 예술은 인위적 이미지를 통해 생각과 느낌을 드러낸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대한 해석잉, 의미 부여 행위인 것이다. 만들지 않고 찍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찍는 것으로써 의미 부여가 끝이 나기 때문이다.

pp. 101

사진이 현실 찍는 데에서 출발한다고 할 때, 그 실질적 대상은 시간이 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까닭이 그것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이 찍는 것도 결국은 이 사회상에 묻어 있는 시간의 흔적이다.

pp. 117

사진은 폐쇄회로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한정적인 정보 매체라는 뜻이다. 경험이나 사고방식 또는 심정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표면상의 정보 이외의 아무런 정보도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 사진이라는 매체의 또 하나의 특성이다. 사진이 극히 개인적인 매체라 한 까닭이 이것으로, 여기에는 송신자와 수신자간의 소통의 간극이 포함된다. 송신자와 수신자 사이에 신호가 아무리 오가도 그 신호를 풀 수 있는 공통된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한 그 암호는 풀리지가 않는 것, 이것이 사진이다.

사진의 대상이 시간이라니, 무언가 뜨일 것만 같은 이야기이다. 그것이 곧 현실과 기록의 사진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어떤 사진이 그랬는지 그러했던 사진이 보기 좋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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