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일기

푸른 행성 (20150628)


푸른 행성, 요제프 라이히홀프 지음, 김해생 옮김/자음과모음

반면 서독 사람들은 생태 보존적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자연과 환경을 보호하는 생활 습관을 들였다. 그런 서독 사람들이 동독에 가서 무엇을 보았는가? 서독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멸종한 동물들을 보았다.

한 공동체에 속한 종의 가짓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생물체들 사이에 성립할 수 있는 관계는 더욱더 다양해졌다. 따라서 종이 다양한 공동체는 그 구조와 기능을 자세히 관찰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결국 생태계 개념에 변화가 일어났는데, 반드시 내부 구조를 알아야만 생태계 기능을 ㅏ악하는 것은 아니라는 발상에 따라 생태계 내부의 복잡한 구조를 모르는 채 덮어 두기로 한 것이다. 어떤 생태계 내에서 얼마만큼의 물질을 어떤 형태로 사용하는지, 그리고 거기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라면 그 생태계를 '블랙박스(black box'와도 같은 상태로 내버려 두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이와 같은 생태계 개념의 발전과 이용을 통해 수많은 변수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감소되었다.

생명체는 상황이 허락하는 한 깨트리고자 한다. 다시 말해, 생명체는 자신이 하는 실험에 관련된 물질의 열(온도), 압력, 밀도 등에 따라 어떻게든 균형 상태를 벗어나려고자 한다. 생명체는 에너지를 분산시키려는 화학적·물리적 경향을 거슬러 주변에서 에너지를 취하고, 그것을 이용하고 변환시켜 열학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벗어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명이 유지된다.

생태계와 유기체의 두 번째 근본적인 차이는 다음과 같다. 그 어떤 '자연적인' 생태계에도 각 부분에 무엇을, 어떻게, 얼마만큼 처리하라고 명령하는 중앙 조정 장치가 없는 반면, 유기체는 유전자(염색체)를 통해 기능을 조정하고 진행을 통제한다. 따라서 유기체는 내부와 외부가 분명히 그분될 뿐만 아니라, 내부의 진행과 외부의 진행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자연의 생태계는 기능을 조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이 만들어낸 생태계의 중심에서 그 기능을 조정하는데, 그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안정된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 자연계에는 다양성이 필요한 걸까? 자연은 왜 인간처럼 줄어든 종으로 만족하지 못할까? 인간은 스스로 만들고 조정한 생태계에서 다양성을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물질 생산이나 능력 발휘의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간단하고 확실한 규모를 원한다. 따라서 인간은 자연이 '올바른 방법'으로 활동하도록 돕는답시고 자연에 '코르셋'을 입히려고 한다는 말은 분명 맞는 말이다. 자연은 다른 방향을 추구하므로 이러한 시도는 이미 여러번 실패했다. 자연은 다양성과 혼란을 추구한다!

여기서 혼란이란 걷잡을 수 없는 무질서가 아니라 예측할 수 있는 꾸준한 변화를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안정'이라고 여기는 상태, 즉 특정 장소에서 오랜 기간 변화가 거의 없는 상태에 이르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결핍'이다. 결핍이 '안정'을 강요한다. 생명활동에 필수적인 요소가 빠듯한 상황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생활 공간은 다른 데 비해 겉보기만 안정적으로 보일 뿐이다.

생물의 종이 다양해지려면 생활 공간의 구조가 다양해야 하는 동시에 자원이 부족해야 한다. 구조가 단순해지고 부족했던 자원이 넘쳐흐르게 되면 다양성은 사라진다. 다양성 대신 획일성이 지배하게 된다.

자연계를 인간이 원하는 안정된 상태로 통제하려는 행위를 그만두고, 인간을 위협하는 개체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영향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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