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일기

P세대 (20130119)

P세대 (양장), 빅토르 펠레빈 지음, 박혜경 옮김, 문학동네

pp. 146

자기 정체성은 소비된 상품의 목록을 통해서만 규정되며, 변형은 목록의 변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광고에 나오는 대부분의 대상들은 특정한 개인 유형, 성격의 특징, 경향성이나 특성과 연관된다. 그 결과 실제 조재하는 개인이라는 인상을 만들어내는 특성, 경향성, 특징의 전적으로 확실한 조합이 생겨난다. 사실 가능한 조합의 수는 제한이 없으며, 선택의 가능성 역시 마찬가지다. 광고는 이것을 다음처럼 공식화한다. '나는 냉정하고 자기 확신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빨간색 슬리퍼를 사겠다.'  ... 자아는 상대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아이덴티티는 절대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pp. 169

"우리 나라 우주비행사들은 한 번 비행에 2만에서 3만 달러를 받네. 하지만 미국 우주비행사들은 20에서 30만을 받지. 그래서 우리 우주비행사들이 3만 달러를 받고는 비행을 못 하겠으니 자기들도 30만을 달라고 했다네. 이게 뭘 의미할까? 사실 그들은 반짝이는 미지의 별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화의 총액을 향해 날아간다는 의미네. 이게 바로 우주의 본성일세. 공간과 거리의 비선형성은 우리와 미국인들이 똑같은 양의 연료로 태우고 똑같은 거리를 날아서 완전히 다른 총액의 돈에 도달한다는 사실에 함축되어있네."

너무 문장이 길고 비유가 심해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많고, 사전 지식이 많아야 읽기 쉬울 것 같다. 배경이 되는 러시아의 회색빛 음울한 사회적 분위기가 느껴지며, 특히나 주인공의 직업이 광고 카피라이터인 덕택에 소비자는 쉽게 생각지도 않을 온갖 멘타포를 품은 광고 제작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갑작스럽게 강령술로 체 게바라가 등장하여 나를 놀랍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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