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ny에서 만났던, 이름 모를 일본인이 건내주었던 한 곡.
クジラ. 고래.
그렇게 시작한 CORE OF SOUL과의 첫 만남이었는데, 그때는 그렇게 노래를 깊이 듣는다는 것은 생각지 못한 시절이라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많은 양의 노래를 갈구하던 시절이라 철없이 매일 릴리즈되는 mp3만 받아대고 있었더랬다.
조금은 철이 들어 자란 나. 밥을 굶어가며, 차탈거 걸어가며 그렇게 샀던 CD들 중에 CORE OF SOUL도 끼어있었다. 처음엔 단지 'CORE'라는 단어 때문에(한창 그땐 d모님 때문에 그런걸 들었더랬다.) 구입하게 되었던 CD였는데, 들어보면 전혀 CORE하지 않다는 평을 남긴 기억도 있다. 그렇게 사서 듣다보니 점점 빠져버려서, 정말로 좋아하게 되었다. 가지고 있는 앨범이 단 하나뿐인데도 그렇게 좋았었다. 듣고 듣고 계속 듣고. 시디 닳을 정도로.
군생황를 하고 있던 도중, CORE OF SOUL의 새 앨범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내가 샀던 건 「3」라는 제목의 앨범. 한창 일본음반 수입 시즌을 타서 그렇게 들어왔던 앨범이었고 그 이전 앨범이 몇게 더 나와있지만서도, 새 앨범이 나온다는 소식에 그렇게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보통의 저런 마이너스러운 가수들은 한번 수입해보고 재미가 없으니 다시 수입하지 않는 그런 국내 상황이 아니었던가. 좋아해마지 않는 그들의 앨범을 하나 더 살 수 있다 생각하니 다음 휴가가 그리 기다려졌었다.
2006년 3월 20일경. 쓸데없는 짓으로 군에 그지없는 유공을 하였다 하여 휴가를 받아 나와 냉큼 새 앨범 「ONE LOVE, ONE DAY, ONE LIFE!」을 샀다. 앨범 비닐을 기분좋게 뜯으며, 시디를 시디피에 넣으며, 재생버튼을 누르며, 안에 있는 북클릿을 조심스럽게 펼쳐보며. 그렇게 보던 북클릿에는 조그만 안내 종이가 붙어있었는데 거기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JAZZTRONIK "Tiger Eyes"의 바로 그 목소리!!
실력파밴드 CORE OF SOUL의 마지막 '사요나라' 앨범!
그동안 아시아 전역에서 사랑을 보내 준 팬들의 성원에 답하고자 3월 10일 홍대, 클럽데이 라이브 결정!
아니 이런, 이게 뭔소린가. 마지막이라니. 거기다가 공연이라니.
군인이 죄다. 정말 한스럽게 놓쳐버린 공연. 10만원을 주고라도 갔을 공연이었는데 말도안되는 이유로 놓쳐버렸다.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다. 다시는 오지 않는다. 잔인한 사실들이 가슴이 와서 박힌다. 정말 막 좋아할 당시에 돌연 해체해버린 JUDY AND MARY의 그 시절이 오버랩되면서 무언가 함께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소중한걸 놓쳤다는 사실에 또다시 침울해진다.
사실 그런 것도 잠시 뿐, 철들어서 그런지 어느정도 지나면 초연해지곤 한다. 단지 아쉬움이 많을 뿐. 어떻게보면 더이상 그들에 대한 무언가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더욱 깊이있게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도 싶다. 콜렉션도 쉬워지고(이건 불순해!). 가끔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공연 후기들을 살펴보면 홍대에서의 그들 공연이 질이 좋았고, 무엇보다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주었다는 사실에 한없이 아쉬워지곤 한다.
이렇게 함께해온 CORE OF SOUL은,
결국 이렇게 블로그를 만들고 있는 나를 있게 해버렸다.
친구니까…, 앞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