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현실 (20131022)
사진과 현실, 한정식 지음/눈빛
pp. 23
현실이 사진의 모든 것이라고 해서 현실 그대로가 사진이요 사진의 예술성을 보장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현실은 어디까지나 바탕이요 소재이지, 현실 모사가 사진의 주제이거나 목적일 수는 없다. 현실을 통한 현실의 의미화, 현실의 해석이 예술로서의 사진이 추구하는 바 목표인 것이다.
pp. 30
현실과 관계하되, 오히려 현실을 얼마나 벗어났는가가 예술성과 깊은 관계를 맺는다. 음악이나 미술, 무용 등 모든 예술이 현실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사진에서 이러한 측면은 더 강하다. 현실에 완전히 일치되어도 안되고, 현실을 그렇다고 완전히 떠나서도 안 되는 곳에 사진은 위치한다. 사진예술의 미묘함이 여기에 있다. (중략)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그 미묘한 경계선 위에 사진예술은 위치한다. (중략) 현실과의 적당한 거리를 두고 현실 주변을 맴돌며 현실의 위성으로 남을 때 사진은 사진이 된다. 이것이 기록성이라는 것의 의미요, 사진적 리얼리티의 실체이다. 현실성(리얼리티)이라고 하는 것은 그 사진이 현실에 얼마만큼 닮았는가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에서 찾아야 한다.
pp. 35
사진에서는 소재, 곧 대상이 거의 모든 것이다. 소재가 단순한 '찍을 거리'를 넘어 사진의 주제와 작가의 얼굴로 겹침으로써 이중적 의미로 싸이고, 다중적 감성으로 얽힌다.
앞서 읽었던 저자의 다른 책에서도 나왔던 이야기지만, '현실과 비현실', '소재의 이중적 의미' 등의 표현은 책을 읽으면 알 듯 하다가도 덮으면 잘 다가오지 않는다. 그래도 지난 번에 읽었던 <현대사진을 보는 눈>보다는 표현이 쉽게 되어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