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일기

그건 내 부처가 아니다 (20131105)

그건 내 부처가 아니다, 서암 스님 지음/정토출판

pp. 36

광겁다생에 사는 사람들은 다 불쌍해요. 자기 혼자 생각을 일으켜 부아를 내고, 더우면 땀이 철철 나고 추우면 떨리고, 배가 고프면 잔뜩 먹고 나서 배가 불러 씨근덕거리고, 이 몸뚱이를 누가 건드리지 않아도 자기 스스로 짜증을 내는 게 중생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 불쌍하지 않은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원망하고 미워하고 칼을 들이대고 해칠 상대가 없어요. 가만 두어도 다 불쌍한 게 중생입니다.

pp. 69

만일 그 자리가 본래 큰 자리라 하면 다시 작아지지 못하고, 그 자리가 둥글다면 다시 모나지 못하고, 그 자리가 악한 것이라면 다시 착해지지 못하고, 그 자리가 붉은 것이라면 다시 희고 푸르러지지 못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바로 그 자리에서 온갖 작용이 일어나니 그것은 큰 것도 아니요, 작은 것도 아니요, 모난 것도 아니요, 둥근 것도 아니요, 악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때로는 착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희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갖은 짓거리를 다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이것이 마음이 허공과 다른 점입니다. 허공은 웃을 줄도 모르고 울 줄도 모르지만 우리의 그 자리는 온갖 천하 만 가지를 다 창출해 내는 조물주다 이겁니다.

에세이인 줄 알았더니 스님의 말을 모아놓은 책이었다. 그럼에도 느낌이 나쁘지 않다. 치열한 책들 속에서 때론 잔잔한 글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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