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내 부처가 아니다 (20131112)
그건 내 부처가 아니다, 서암 스님 지음/정토출판
pp. 134
눈은 보는 경계에 팔려 어떤 빛에 의해서 푸르니 붉으니 아름다우니 하니 이것은 자기를 도둑맞은 것이지요. 귀도 역시 밖의 소리에 팔려 있으니 도둑맞은 것입니다. 허나 코도 혀끝으로나 냄새나 그런 것들에 꺼들리니 자기를 도둑맞는 것과 똑같습니다.
더군다나 생각도 과거의 경험, 미래에 대한 생각 등으로 뒤죽박죽되어 자기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도둑맞았거든요. 마음의 그림자가 도둑인 줄도 모르고 도둑을 주인 삼아 본래 주인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요, 가치 전도입니다.
pp. 148
우주가 없고 만물이 없으면 자기가 없지 않을까. 그런데 자기는 있습니다. 아무리 천하가 다 부정해도 자기가 없지는 않거든요. 뭐라고 표현은 못해도 자기는 있다 그것입니다.
pp. 156
그런 공부를 안 한 사람은 누가 조금만 거슬리는 소리를 해도 파르르 성을 내고 싸우고 친구 간에도 의를 끊고 아들딸 낳고 살아가는 부부 간에도 우리 그만 갈라지자 이렇게 되어버리는 거지요. 참으로 우습지요. 조그만데 걸려가지고 아귀다툼을 하고 삽니다.
하지만 조금만 이 공부를 해놓으면 누가 욕을 해도 허허 웃고 '저 사람은 살아가는 세계가 저렇게 좁구나, 나도 공부하기 전에는 누가 뭐라 하면 거기에 꺼들렸지.'하고 오히려 동정이 가고 그 사람을 위로해 줄 여유가 생기지요. 그만큼 자기 인생 폭이 넓어집니다.
pp. 168
밖의 세계가 꺼들리지 않는 자기 주체, 그것을 대경천차나 심한일경이라 합니다. 경계를 대하는 것은 천 가지 만 가지나 그런 어지러운 세계에 처했을 때에도 마음은 항상 근본인공한 곳에 한가히 있다는 것입니다.
pp. 183
보통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쫓기듯 마음을 조급히 하고 다른 사람이 나를 어찌 볼까 해서 항상 옆을 살피고 불안해하지요. 그러나 참선하는 사람은 그런 것이 없습니다. 누가 칭찬한다고 해서 내 인생에 털끝만큼도 보태질 것이 없고 누가 헐뜯는다고 해도 내 인생에 뿌리째 뽑혀나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렇게 살아갈 때 마음이 한가하고 쾌활하고 여유가 생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