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

하루에도 수만개의 글자를 읽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백장의 종이를 들춰 읽습니다.
이것은 그 읽기에 대한 일기입니다.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20131117)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마틴 린드스트롬 지음, 박세연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pp. 31

생후 6개월 정도가 되면 아이들은 기업 로고와 마스코트 이미지를 기억할 수 있다. (중략) 10세가 되면 아이들은 평균적으로 300~400개 브랜드를 기억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단지 브랜드의 이름을 배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또한 브랜드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만들어나간다.’ 한 실험에서 63명의 미 취학 아이들에게 햄버거, 치킨 너깃, 감자튀김, 우유, 당근 등을 나누어주었다. 첫 번째 세트는 아무런 로고가 없는 일반적인 포장지에 담았고, 두번째는 맥도널드 포장지에 담았다. 그러자 아이들은 맥도널드 포장지에 든 음식과 음료수가 훨씬 더 맛이 좋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한 현상은 당근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알기로 맥도널드 매장에서는 당근을 팔지 않는다.

pp. 41 왜 기업은 ‘키즈 라인’에 목숨을 거는가?

가족이라는 집단 내부에는 특유의 문화, 태도, 믿음, 가치, 습관이 자리 잡고 있으며, 아이들은 이를 규범으로 받아들이며 성장한다. 이러한 규범에는 입는 것, 먹고 구매하는 것, 그리고 특정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취향 등등이 다 포함되어있다. (중략) 트로피카나를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그것이 세상에서 유일한 오렌지 주스라 믿으며 자라난다. 이런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식품 매장에 간다면 당연히 트로피카나를 카트에 담으라고 얘기 할 것이다. 그러면 엄마는 그 주스를 구매할 것이고, 나중에 아이가 자라 혼자서 쇼핑을 하게되더라도 습관적으로 트로피카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pp. 44

첫 번째 펀치는 어린 시절에 일찍이 각인된 취향과 인상은 평생 지속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는 사람들이 그러한 브랜드와 접촉할 때 향수에 젖는다는 사실이다.

pp. 56

공포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논문에서 밝히고 잇듯이 그중에서 가장 강력한 공포는 미래의 자신의 모습에 대한 두려움이다.
누구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사람들이 헬스클럽에 다니는 것은 건강을 위해서일까, 아니면 몸매가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일까? 우리는 위생을 위해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양치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냄새 나고 머리가 뻗치고 더러워지고 충치가 생기고 이가 변색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인가?

pp. 61

우리가 담배 대신 니코틴 껌을 씹고, 튀긴 치토스 대신 구운 치토스를 먹으려는 생각 역시 두려움과 죄책감의 조합 때문이 아니던가? 덧붙이자면, 오늘날 구운 스낵 제품들의 포장지가 건강을 염려하는 여성들의 ‘두려워하는 자아’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인 치토스 포장지가 미끄럽고 번들번들한 재질인 것에 반해, 구운 스낵의 포장지는 대부분 무광 재질이다.

pp. 65

대부분의 엄마 아빠들은 포장된 음식을 사들고 집에 들어오는 것에 대단한 죄책감을 느낀다. 냉동 라자냐가 무척이나 간편하다고는 하지만, 종이상자에 들어 있는 상태로 애들 앞에 내놓을 때 엄마들은 정말 자신이 의식이 있는 엄마가 맞는지 자책하고 죄책감에 시달린다. 바로 이러한 엄마들의 죄책감을 덜어주기 위해 식품 기억의 마케터들은 ‘최종 마무리(finishing touch)’라고 하는 새로운 개념을 개발했다.
(중략) 그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던 엄마들은 이제 가족들 앞에 둥글고 영양 많은 ‘가정식 요리’를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봉지에 든 양념을 시킨 대로 섞는 노력만으로 품질 낮은 공산품 식사를 가족들에게 내놓아야 한다는 죄책감을 한결 덜 수 있게 된 것이다.

pp. 73

마케터들은 이를 ‘신선 띠(fresh strip)’라고 부른다. 다양한 형태의 신선 때는 오늘날 요구르트, 땅콩버터, 커피, 케쳡, 아이스티, 머스터드, 주스, 비타민을 비롯한 각종 식품 및 농산물 카테고리에서 표준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신선 때들은 병, 가방, 용기 안에 든 내용물이 세균에 오염되지 않았으며, 결코 다른 사람들의 손에 닿지 않았다고 안심시킨다. (중략) 마멀레이드 업체들은 한 발 더 나아가, 집에 와서 그 병을 열었을 때 ‘뻥’하고 소리가 나도록 병을 설계해놓았다. 이 소리는 내가 지금 산 제품이 신선하고,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시켜준다. 물론 ‘뻥’ 소리가 실은 실험실에서 개발되어 특허를 받은 음향이라는 사실은 절대 알리지 않고 있다.
더 이상 속지 말라. 진실은 여러분이 집어든 그 마멀레이드가 수개월 동안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매대에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pp. 96

일상적 단계, 즉 엄무모드가 끝나고 휴식을 취하는 동안 우리의 몸과 마음은 이완되고 자유로워지면서 새로 출시된 옷이나 화장품, 술, 음식에 더욱 수용적이 된다. 그리고 새로 나온 칵테일이나 페이스 크림의 느낌, 또는 레몬 향이 나는 향초로부터 무의식적으로 느꼈던 좋은 기억과 즐거움들을 즉각적으로 떠올린다. 이 후 다시 월요일이 시작되거나, 여름휴가가 끝나고 일상적 단계로 들어서서도 꿈의 단계에서 경험했던 브랜드와 제품들을 수용함으로써 그때의 좋았던 느낌을 ‘재활성화’하고자 한다.

pp. 103

고지방, 고칼로리 식품은 코카인이나 헤로인과 비슷한 방식으로 두뇌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플로리다에 위치한 스크립스 연구소의 두 연구원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치즈 케이크나 캔디 바, 베이컨 등 고지방 식품을 먹이로 주었을 때 마약과 비슷한 수준으로 도파민 분비를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도파민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쥐들이 계속해서 더 많은 고열량 인스턴트 식품을 원했다는 것이다.

pp. 107

하지만 박하 향 이외에도 립밤 브랜드들이 제품의 중독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하고자 하는 성분들은 다양하다. 많은 기업들은 ‘민감성을 높이고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향료와 방부제, 라놀린, 염료’까지 제품에 첨가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페놀이나 석탄산과 같이 스스로 수분을 만들어내는 피부 세포의 자연적인 능력을 저해함으로써 입술을 더욱더 건조하게 만들 수 있는 성분들까지 추가하고 있다. 그런 제품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스스로 수분을 보충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입술이 더 빨리 건조해지기 때문에 동일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립밤을 더 자주 발라야 한다. (중략)
이후 프레이 박사는 립밤 제품들의 성분을 분석했고, 그 속에 페놀뿐만 아니라, 티눈, 굳은 살, 사마귀와 같은 죽은 조직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성분인 살리신산까지 들어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충격에 빠졌다. 프레이 박사는 내게 치명적인 성분인 페놀이 말 그대로 입술을 마비시키고 나면, “살리신산은 ‘살아 있는 조직’인 입술을 괴사시킨다”라고 설명해주었다.

pp. 115

최근 쇼핑을 게임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웹사이트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들로 길트, 오트룩, 우랄라, 아이딜리와 같은 소셜 커머스 사이트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사이트는 세계 최고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고가의 제품들을 ‘제한된 시간 동안’ 판매한다.

결국 지갑을 열고야 마는 사람의 어떤 심리를 설명하는 책인 줄 알았으나 보기좋게 빗나갔다. 글쓴이의 직업에 따라 어떻게 기업들이 교묘하게 마케팅을 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브랜드워시라 부르는, 특정 브랜드의 이미지를 좋게 자리매김하는 작업 위주로 설명하고 있다. 작지만 상당한 은유가 내포된 사례들이 쏟아져 나온다. 개략적으로 현재까지의 내용을 나열해보자면, 어린이들부터 브랜드에 노출시키기, 공포/죄책감을 활용하기, 중독성을 갖도록 설정하기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책의 성격은 논증이 자세하지 않고 문장의 주제 전환이 다소 빠른 편이라 흥미진진하고 읽기에 재미있다. 아마 저자가 학술인이 아닌 까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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