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일기

바른 마음 (20170128)


바른 마음, 조너선 하이트 지음, 왕수민 옮김/웅진지식하우스

인간에게 있어 도덕이란 무엇인지를 다루는 책이다. 단순한 옳고 그름의 문화상대주의를 넘어서서 인간의 진화해온 관점에서 어떻게 도덕이 생겨왔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간이 집단을 형성하면서 이러한 도덕성이 강화됨을 설명하고, 이를 종교와 정치와도 연결시키며 책을 끝맺는다.

도덕의 성격에는 6가지의 매트릭스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배려 / 피해
자유 / 압제
공평성 / 부정
충성심 / 배신
권위 / 전복
고귀함 / 추함

이러한 매트릭스 내에서 어느 것을 어떻게 중시하는지에 따라 집단, 개인의 성향이 달라진다고 한다.

설령 그 누구에게 해가 가지 않는다해도 분명 잘못이라고 여겨지는 행동이 이들에게는 있다. 이렇듯 같은 지구라도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 도덕성은 차이가 난다. 이 단순한 사실을 아는 것이 바른 마음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어떤 판단에 이으렀는지 그 실제적 이유들을 재구성해보기 위해 도덕적 추론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우리가 추론을 하는 까닭은 다른 누가 왜 마땅히 우리 편에 서서 우리처럼 판단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가급적 최선의 이유를 찾기 위해서이다.

정서적 반응은 우리의 인식과 너무도 단단히 얽혀 있다. 따라서 우리는 무엇을 인식하는 순간 그것에 대한 좋고 싫음을 어느새 느끼고 있으며, 때로는 그 대상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그런 반응이 일어난다.

사고가 느낌과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이론상으로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정서의 반응이 너무도 빠르고 강력하기 때문에 그것은 마치 말에게 씌우는 눈가리개의 기능을 한다. 즉, 정서 반응은 나중에 사고가 이용할 수 있는 “대안의 틀을 미리 좁혀버린다.” 기수는 하인이지만 매우 세심한 성격이라 코끼리가 다음 걸음을 어디로 옮길지 늘 예상하려고 노력한다. 만일 코끼리가 몸을 조금이라고 왼쪽으로 틀고 그쪽으로 걸음을 내디딜 듯 보이면 기수는 왼쪽에 시선을 둔 채 곧 이어질 그 왼쪽 길의 여정에서 코끼리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미리 준비하기 시작한다. 이제 오른쪽 길의 모든 것은 기수에게는 안중에도 없다.

어떤 일들은 그냥 해서는 안 되고, 어떤 일들은 그냥 반드시 해야만 한다. 이 사실을 우리는 강력한 느낌을 통해, 그것의 분명하고 확신에 찬 어조를 통해 안다. 그러나 이 느낌을 조리 있게 설명할 방법은 마땅히 없기에, 우리는 창의성이 유난히 뛰어난 몇몇 철학자의 힘을 빌려 이성에 호소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모듈을 자극하는 동인은 본래적(original) 동인과 통용적(current) 동인 두가지이다. 본래적 동인은 모듈이 설계될 당시의 목표물을 가리킨다. 한편 통용적 동인은 우연하게라도 모듈을 자극하게 되는 이 세상 모든 사물을 말한다.

여러가지 모듈은 그 개수가 몇 개 안되어도 행동들이 모듈에 걸리는 방식이 지극히 여러 가지이다. 따라서 우리가 똑같이 가진 도덕적 기반이 몇 개 안되더라도 그것을 토대로 상충되는 도덕 매트릭스가 세워지는 것이다.

자연이 초고를 주면, 경험이 그것에 수정을 가한다. (…) ‘내장’이라는 말은 변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저 경험 이전에 구조화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같은 목적과 가치를 지니고 집단적으로 하는 행동에 이타주의의 초점을 맞추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 같이 힘을 합쳐 일하고, 각자의 일을 분담하고, 또 그 과정에서 서로 도우며 한 팀으로 기능하는 것은 우리 주변에 너무도 흔한 일이라 사람들은 이를 봐도 전혀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

깊은 신앙심이 상보적이면서 서로 구별되는 세 가지 요소, 즉 믿음, 행위, 소속감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현재 많은 학자가 주장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요소를 동시에 한꺼번에 살필 경우 우리는 신무신론자의 관점에서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종교적 심리를 접할 수 있게 된다.

즉, 어떤 것이든 사람들을 하나의 도덕 매트릭스로 엮을 수 있기만 하면, 그리하여 내부 집단은 미화하고 동시에 타 집단은 악으로 몰 수 있기만 하면, 거기에서 도덕을 내세운 살인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종교는 이러한 과업을 이루기에 딱 좋은 형태인 것이고 말이다. 따라서 종교는 잔혹 행위를 일으키는 원동력이라기보다 잔혹 행위의 방조자인 경우가 많다.

도덕성 정의에 대한 내 작업이 다음과 같이 뒤르켐의 말로 시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결국 사람들 간에 연대를 형성시키는 모든 것, 나아가 (…) 자신의 자아보다 (…) 커다란 무엇을 통해 인간이 스스로의 행동을 규제하게 만드는 모든 것. 그것이 바로 도덕이다.”

도덕적 체계란 가치, 미덕, 규범, 관습, 정체성, 제도, 첨단 기술 등이 진화환 심리 기제와 서로 맞물려 있는 것을 말한다. 이 둘은 도덕적 체계로서 함께 작용하여 개인의 이기심을 억제하거나 규제하며, 나아가 협동적인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게 한다.

마지막 저자의 요약 또한 인용해 둔다.

직관이 먼저이고 전략적 추론은 그다음이다.

도덕성은 단순히 피해와 공평성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도덕은 사람들을 뭉치게도 하고 눈멀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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