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일기

현대사진을 보는 눈 (20130401)

현대사진을 보는 눈, 한정식 지음/눈빛

지난 번 한정식 교수의 책을 읽고 공감가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헌책방에서 그의 이름을 보자마자 사버린 2권의 책 중 하나이다. 이제보니 5년 전쯤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와 봤던 적이 있는 책인데, 그때도 사진에 대한 고민이 많았었나보다.

pp. 12

사진이란 사물과 사물 사이의 관계나 사물 자체의 존재 이유, 즉 사물의 의미를 시각화하는 작업에 대한 이름임을 할 수 있다. (중략) 셔터를 누른다는 것은 사진가가 존재 의미나 관계를 파악했다는 뜻이다. 작가 나름의 결론이 내려지기 전에는 셔터를 누를 수 없다. (중략) 작가에 의해 통제된 사물을 통해 작가의 의식을 만날 뿐이다. 거기에 드러난 그의 생각과 내 생각이 같을 때 공감하는 것이고,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을 일깨워 줄 때 감동하는 것이며,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새삼스럽게 의식시켜 줄 때 실망을 하는 것이고, 본 것을 또 보여줄 때 지루해지는 것이다.

pp. 21

움직임 없는 현실은 현실일 수가 없다. 현실이란 시간에 의해 지속되는 움직임이다. 좌우가 정상일지언정 시간이 멎은 사진은 현실일 수 없다. 허물을 벗고 날아간 매미 껍질처럼 시간이 빠져나간 현실. 이것이 인화지 위에 덧입혀진 은입자의 의미인 것이다. 더구나 그 움직임이 사진가에 의해 강제로 정지되었을 때 그 영상은 현실이라기보다 사진가의 의지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pp. 22

사진은 애초에 현실을 등지고 출발했다. 아무리 현실적 행태를 하고 있더라도 그것은 현실을 가면처럼 뒤집어쓴 작가의 얼굴일 뿐이다.

pp. 25

이것이 사진이다. 현실은 분명 아니지만 분명 현실이었던 것, 현실을 거부하지만 현실에서 한 걸음도 벗어날 수 없는 것, (중략) 현실 아닌 현실, 사물 아닌 사물. 이것이 사진의 현실성이요, 사진의 리얼리티인 것이다.

pp. 27

렌즈가 포착한 극적 순간이야말로 현실의 에센스라고 생각해서 그 현실의 에센스를 잡아 정착시키고자 노력한 것이 근대사진이었다. 그것을 일컬어 ‘결정적 순간’이라 했던 것이다.

pp. 28

그에 비해 현대사진은 (중략) 극적인 사건보다 작가의 내적 이미지에 비중을 두기 때문에 굳이 결정적 순간일 것을 원하지 않는다. 결정적 순간이 있다면 그것은 작가의 이미지 전개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내적 순간일 뿐으로, 그것이 물리적 시간으로서의 순간일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줄줄이 감동적인 문장들의 연속이다. 이 책을 다시 읽고 나면 나는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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