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 (20130531)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 마이클 폴란 지음, 조윤정 옮김, 다른세상
pp. 125
과일은 식물의 씨가 나가서 싹을 틔울 준비가 되었을 때 여문다. 이때는 보통 과일에 영양분이 최대한 집적될 때이기도 하며, 따라서 식물의 관심과 섭식자의 관심이 맞아떨어진다. 신호를 통해 이 과일이 좋은 먹이로 판단되면, 우리의 인체는 이를 분해하는 데 필요한 효소와 산을 생산한다. 건강은 이런 생물학적 신호를 제대로 판독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이건 익은 것처럼 보이는군.", "이건 썩은 냄새가 나.", "저 소는 털에 윤기가 도네." 오랫동안 먹어 온 음식이라면 간단한 일일 테지만, 인공 향료나 합성 감미료로 감각기관을 속이는 음식의 경우는 문제가 훨씬 어려워진다.
pp. 125
언젠가는 고과당 옥수수시럽과도 이런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지 모르지만(인간은 끊임없이 밀려드는 순수한 과당과 포도당의 물결을 감당하기 위해 인슐린 시스템을 초인적으로 진화시킬지도 모른다), 현재로서는 고과당 옥수수시럽과의 관계가 우리 건강에 해를 끼치고 있다. 우리의 몸이 이런 생물학적 현상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pp. 140
산업 농벙은 땅에서 다량 영양소-칼로리-를 뽑아내는 데 큰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간 음식의 양적인 면에서 얻은 이런 이득 때문에 질적인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이 점점 더 명백해졌다. (중략) 1940년에 사과 한 알에서 얻을 수 있었던 철분과 똑같은 양을 얻기 위해서 오늘날에는 사과 세개를 먹어야 하고, 아연의 일일 권장량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한 세기 전보다 더 많은 빵을 먹어야 한다.
pp. 159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는 구원을 바라며 건강관리 산업에 눈길을 돌린다. 의학은 서구식 식사 때문에 병든 사람을 살려 두는 방법을 배웠다. 의사들은 심장질환에 걸린 환자들을 살려 두는 데 정말로 탁월한 능력을 보여 준다. 이제 그들은 비만과 당뇨병을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사실 인체보다는 자본주의가 훨씬 더 적응력이 뛰어나다.
pp. 181
식품과학은 전통 음식의 영양을 증진하려 애쓰지만, 이 때문에 일은 훨씬 복잡해지기만 하며 우리의 건강도 거의 나아지는 법이 없다. (중략) 예컨데, 저지방 우유 또는 탈지유의 경우에는 분유를 첨가해야 한다. 하지만 분유는 산화 콜레스테롤을 함유하고 있다. 산화 콜레스테롤은 보통의 콜레스테롤보다 훨씬 더 동맥에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식품 제조업자들은 때로 산화방지제를 넣어 이를 보상하는데, 어쨌든 이런 식으로 한 가지 원료의 천연식품이 끝도 없이 복잡해지는 과정을 거친다. 사실 지방을 제거하면 인체가 지용성 비타민을 흡수하기 어려워진다. 원래 우유를 먹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런 지용성 비타민을 얻기 위해서이다.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콩코드 오류라 했던가, 사회의 많은 것들이 스스로를 지탱하기 위해서 오히려 일을 벌이고 있는 것만 같다. 서로 직접적인 연관되어있지 않더라도 그러한 경향들이 모여 커다란 한 방향으로 굴러가게끔 한다. 개개인은 빠져나가기가 너무도 힘들어보인다.